::: 1948년 정확히 70년 전 모델을 만나다.
제주 푸조 박물관에서 만나본 씨트로엥 2CV 모델은 박물관에 얌전히 서 있는 녀석이 아니였다. 이번 미디어 행사로 우연히 만난 이 차량은 필자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1948년식 모델로 대한민국이 광복했던 해인 1948년에 탄생한 모델이다. 2018년식 푸조 3008과 씨트로엥 2CV를 나란히 세워두니 굉장히 감회가 새로웠다.
::: 시트로엥 2CV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인 시트로엥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처음 들어볼 수 있는 브랜드이다. 국내에 진출한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판매량이 상당히 미비하고 글로벌 판매량 또한 푸조의 PSA 그룹에 속해있어 망정이지 아니였다면 벌써 역사의 뒤로 없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로엥 2CV는 1948년부터 1990년까지 약 42년간 판매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차량이며 현재의 시트로엥이 있기까지 큰 역활을 한 차량이다.
::: 시트로엥이 2CV를 만들기 까지
2CV는 Deux Chevaux의 약어 표기로 프랑스어로 두마리의 말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2마력은 아니다. 수평대향식 2기통 엔진을 적용하여 공랭식 엔진을 채용하고 있는 모델이다.
시트로엥의 역사를 살펴보면 1919년 앙드레 시트로엔에 의하여 창업이 되며 엠블럼은 V가 겹쳐진 형태로 더블 셰브런 즉 더블 갈매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시트로엥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V형 톱니기어를 의미하기도 한다.
앙드레 시트로엔은 굉장히 혁신적인 사업가였다.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개발하는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포드 공장에 방문하고 충격을 받아 대량 생산 방식을 프랑스에 처음 적용한 인물이기도 한다. 1919년 처음 개발한 타입 A가 대박이 나면서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엄마, 아빠 그리고 씨트로엥이라는 농담도 있었다고 한다.
앙드로 시트로엔은 마케팅에 귀재이기도 했는데 코끼리를 차량 지붕에 올리고 시내를 다니거나 바퀴 하나를 빼고 거리를 다니기도 했으며 전구 25만개를 이용하여 에펠탑에 시트로엥이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2CV 차량을 개발할 당시인 1930년대는 르노 vs 시트로엥의 자존심 싸움으로 꽤 많은 연구비를 지출했고 르노의 신축 건물을 따라서 만들다가 파산하였으며 이후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에 전량 인수가 되었다. 미쉐린은 씨트로엥에 출시되는 차량 전량에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해서 판매한 결과 실적이 점점 좋아졌으며 2CV를 개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 2CV는 왜 만들어졌을까?
앙드레 시트로엔의 후임인 삐에르 블랑제는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하게하고 싶었는데 당시 시골에서는 대부분 짐마차를 사용했기에 이를 대신할 수평대항 2기통 8마력 차량을 출시하였다. 삐에르 블랑제가 2CV를 개발하면 직원들에게 요청한건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달걀 바구니를 싣고 농촌의 울퉁불퉁한 길을 주행해도 되는 차
2. 농부가 밀짚모자를 쓰고 탈 수 있는 차
3. 시속 60km까지 달릴 수 있는 차
4. 네명이 타고도 50kg 짐을 싣을 수 있는 차
때문에 굉장히 실용적으로 제작이 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후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렴하였을 때 르노는 자신들의 공장으로 나치의 탱크를 만들었지만 씨트로엥은 차량 개발 기술을 빼앗길까봐 차를 땅에 묻어버렸고 푸조는 자료와 공장 시설을 빼고 빈 공장을 폭격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 2CV의 역사적 가치는?
2CV는 2차대전 이후 단순하지만 굉장히 혁신적인 기술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독립식 유압 서스펜션과 프론트 엔진 전륜 구동의 FF 방식을 적용하였으며 랙 앤드 피니언 스티어링이 적용되었으며 수동식 컨버터블이라는 캔버스탑과 탈부착 가능한 시트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었으며 시트로엥이 얼마나 파격적인 회사인지를 보여주는 예 중 하나는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에서 최초로 애프터 서비스를 시작한 브랜드가 시트로엥이라고 한다.
::: 이게 70년 된 차량이구나...
70년 혹은 그 이상이 되는 차량을 보는건 쉽다. 하지만 직접 앉아 보기는 굉장히 힘들고 실제로 주행은 정말 말도 안되는 경험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한불 모터스에서는 프랑스에서 약 3억원의 가격을 주고 한국에 가져와 각종 수리와 리스토어를 통하여 주행 가능한 차량으로 탈바꿈 하였다.
스티어링은 굉장히 크고 얇게 디자인 되어 있다. 시트 조절이 조금 힘들어 간신히 타보았지만 스티어링 하단의 왼쪽 레버는
방향 지시등 오른쪽은 클락션 역활을 하고 있다.
::: 굉장히 특이한 도어 구성
문을 여는거부터 낯선 느낌이였고 앞 좌석과 뒷 좌석 번갈아가며 타봤는데 안 쪽에서 문을 여는데 잠시 고민을 했었다. 그 만큼 지금의 차량과 70년이 지난 차량에 대한 느낌은 상당했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옛날 차량을 타볼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고 하니 제주 푸조 박물관에 직접 문의 하길 바란다.
::: 씨트로엥 2CV 시승기
씨트로엥 2CV 시승기는 아쉽게도 도로를 직접 주행하지 못했지만 아스팔트가 깔린 넓은 제주 푸조 박물관 안을 계속 돌 수 있었다. 나이가 있는 만큼 수동 운전 차량이였는데 클러치, 브레이크, 악셀레이터 있어야할껀 모두 갖추고 있는 차량이였고 사이드 브레이크, 와이퍼, 워셔액, 방향 지시등, 클락션, 코너등까지 지금의 자동차에 필수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클러치를 밟고 악셀레이터를 살살 밟으면서 클러치를 떼는 순간 차는 점차적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지금의 수동 차량과 크게 다름 없는 느낌으로 차량 관리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날 차량을 탔던 모든 사람들을 당황시킨건 바로 기어 변속이였다. 지금의 수동 기어 변속과 다른 3단 기어 변속기를 적용하고 있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사실 주행하다보면 상당히 편리하다.
스티어링은 지금의 전자식 스티어링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고장이 난게 아닐까? 라는 유압식 스티어링을 적용해 뻑뻑하지만 주행 중에는 아주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70년된 광복절에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 때 태어난 차량을 직접 운전한다는건 기존 시승기 처럼 차량이 빠르고 서스펜션이 어떻게 그런 부분을 느끼는게 아니라 운전하는거 자체가 감동이였다. 시트로엥 2CV 시승기를 쓰는 지금도 페라리, 람보르기니를 운전한거보다 더 큰 감동을 느끼고 있다.
::: 제주도 여행이라면 추천하는 푸조 & 씨트로엥 박물관
제주도에 놀러온 사람 중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무조건 방문해야하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바로 제주 자동차 박물관과 제주 푸조&씨트로엥 박물관이다. 자동차에 대한 역사를 볼 수 있는 두 곳이기 때문에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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